식물의방 None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여의고, 많은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등 여러 고난 속에 자라온 정연은 자살을 시도한다.

식물의방
그렇게 깨어난 곳은 정연만 존재하는 작은 방. 방에 도착한 정연은 죽었다고 생각하고 아무렇지 않게 천천히 적응해 나간다. 하지만 이 공허한 방에 있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점점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러자 어디선가 노래가 나오기 시작한다. 방의 구석에 있는 커튼에서 빛이 나오기 시작하고 커튼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는 정연.

암흑의방
차가운 색감으로 물든 정연이 들어간 방. 오르골 하나가 보이고, 정연이 오르골을 향해 다가간다. 오르골을 만지자 들리는 정연을 혼내는 피아노 선생님 목소리. 그에 이어 정연 아버지의 죽음 전 마지막 목소리와 여러 정연을 힘들게 하는 트라우마 소리들. '그만해'를 연달아 외치던 정연. 그런 정연 뒤에 한 소녀가 나타난다.
밝은 분위기의 소녀는 정연과는 달리 죽어서 이 공간에 온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이 공간에서 살고 있었던 것. 걱정과 의심, 두려움이 있던 정연과 달리 소녀는 '정연'이라는 친구가 생겨 기분 좋기만 하다. 정연은 그런 소녀와 함께 학창시절 많이 할 만한 추억들을 쌓기 시작한다. 추억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정연은 새로운 감정, 삶에 대한 에너지를 얻으며 희망적 이미지를 보게 되고, 이런 과정 속에 삶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다.
정연이 삶이 그리워질 때즈음 소녀와 함께 메로나를 먹고 있던 정연은 계속해서 물건들을 가져오는 소녀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녀가 기쁜 추억들을 숨기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현실에서 죽게 되었다고 의심하게 된다.

식물의방
식물의 방으로 나온 정연과 소녀. 정연은 소녀 때문에 자신이 죽은 거라며 소녀의 가방을 뺏어 가방 속 물건들을 하나하나 만져보지만, 정연이 주었을 때마다 보였던 이미지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그러던 중 정연은 자신의 언니가 말하는 목소리를 듣고 자신이 죽은게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정연이 가지고 있던 소녀에 대한 오해를 어느 정도 풀리고, 이후 소녀의 가방에서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보던 정연은 바깥 세계에서 자신에게 말하는 언니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자신이 동시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추억이 없어 물건에서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동시에 삶으로 돌아갈 의지를 잃게 된다.
소녀에게 자신이 말한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며 체념한다. 소녀는 정연에게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한다.
이후 소녀와 정연은 함께 어릴 적 한 번 쯤은 해볼만한 놀이들을 하며 추억을 쌓는다. 점점 정연의 좋은 기억들이 쌓여가고 정연은 삶의 의지를 회복한다.
그리고 어느 날 식물의 방에 강한 빛이 들어오는 문이 하나 생긴다. 정연이 그 문을 나가며 영화가 끝이 난다.

(2022년 제3회 5·18 영화제)